물에 빠진 아이를 출근길에 보았다고 가정해보자. 허우적대는 아이를 당장 건져내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 게다가 아이의 주변에 어른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를 건지러 가면 새 신발이 더러워지고, 양복도 진흙투성이가 될 가능성이 100%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출근하면 지각할 가능성도 대단히 높다. 아이를 외면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갈까, 아니면 아이를 구할까. 실천 윤리학자인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아이를 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2019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극빈 기준인 하루 1.9달러(약 2천712원) 이하로 살아가는 이들은 전 세계에서 7억3천600만명에 달한다. 2017년 기준 연간 540만명의 아이가 다섯 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마실 물이 없어서, 하수 정화시설이 없어서, 병에 걸려서다. 그 근본적 원인은 대개 가난이다.
한편에선 돈이 없어 죽어 나가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돈이 너무 많아 환경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아부다비의 한 부호는 36명을 태울 수 있는 초호화 요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요트의 가격은 4억달러(약 5천711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엄청난 양의 경유를 사용해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킨다. 요트를 가득 채우는데 100만ℓ 경유가 사용되는데, 이는 소형차 2만대, 민간 여객기 5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규모다. 이와 비슷한 요트나 전용 비행기, 고급 자동차 등을 보유한 부자들의 수는 상당하다. 세계 상위 1%에 해당하는 이들은 세계 부의 45%를 거머쥐고 있고, 상위 10% 부자들이 지닌 부의 총합은 전체의 84%에 달한다.
저자는 이런 부자들이 빈자들을 위해 기부해야 하는 것은 물론, 평범한 사람들도 기부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선행 널리 알리기, 수입의 일부를 내놓는 것을 골자로 한 기부 서약하기, 기부자와 수혜자를 연결하기, 소셜미디어 활용하기 등 다양한 기부 방안을 제시한다.
가까운 출판인과 작가들에게 물어보니 한 명도 예외 없이 “책이 참 좋다”고 했다. 작가는 평소 친구들과 삶, 용기 등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중증장애를 치료하는 병원과 청소년학교, 군대 내 외상 후 스트레스 치료센터 등에서 이를 사용해도 되는지 문의하는 메일이 쏟아졌다. 이에 책으로 출간된 것. 길을 잃은 소년이 거친 들판에서 두더지, 여우, 말을 차례로 만나 집을 찾아가며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
싱어는 "부유한 나라에 사는 우리가 소비를 약간만 줄여도 생명을 살려낼 수 있다"며 그런 생명에는 불필요한 죽음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그보다 못한 삶을 살지도 모를 노인들도 포함된다고 말한다.
영국에서 일러스트레이터와 표지 디자이너로 일하는 찰리 맥커시가 글과 그림을 그린 이 책은 2020년 4월 국내에 출간된 후 5년간 10만 권 넘게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영국에서 2019년 출간된 이 책은 ‘현대판 어린 왕자’로 불리며 전 세계에서 1000만 권 이상 판매됐다.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2022년 공개됐고, 이듬해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대체 누가 신발이 더러워지거나 한두 시간 지각하는 것 때문에 아이의 생명을 저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가난 탓에 아프리카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몇 푼이라도 기부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그는 지적한다. 신간 '빈곤 해방'(21세기북스)에서다.
책에 따르면 국민총소득 돌답례품 대비 원조 비율이 1%를 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튀르키예(1.1%)와 스웨덴(1.04%)뿐이다. 유엔이 목표로 한 0.7%에 이르지 못하는 국가들이 대부분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도 0.38%에 지나지 않는다. 죽기 전에 자기 재산의 99%를 기부하기로 한 워런 버핏, 지금까지 500억 달러(약 71조4천억원)를 기부한 빌 게이츠 등이 있지만 부자들이 기부행렬에 동참하는 것도 불충분하다. 일반 미국인들의 기부 참여율은 61%로, 미얀마(88%)에 견줘보면 그리 높지 않다.